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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삼킨 2년, 장애계 블랙홀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 2,179회 작성일 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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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 어려워 끙끙, 확진자 대책 사각지대

이어진 장애계 외로운 싸움, #우리 꼭 만나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31 13:37:11
[2021년 결산]-⑤코로나19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린 한해였다.

장애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장애인 등록 사각지대, 장애인 탈시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장애인 이동권 등 정부와 사회에 장애계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블뉴스는 올해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진행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코로나19'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마지막 해가 가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는 매년 ‘가장 많이 읽은 기사’를 토대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하고 있는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사 키워드는 코로나19입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확진자 숫자와 거리두기 강화로, 에이블뉴스도 부분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요. 현장에서 장애계와 소통하지 못하니, 생생한 기사를 실을 수 없어 참으로 슬픈 한해 였습니다. 장애계 코로나19 이슈는 지난해 ‘코호트 격리’, '돌봄 부담‘이었다면, 올해는 백신접종’과 ‘확진자 방치’ 아닐까 싶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차량 이용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차량 이용 모습.ⓒ에이블뉴스DB
백신 접종 찬밥, 재가 장애인 ‘산 넘어 산’

올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누구에게 백신을 맞힐 것인가가 올 초 가장 큰 이슈였는데, 장애인이 ‘쏙’ 빠져 찬밥신세를 당했죠. 2월 발표된 우선접종 대상에 전체 장애인이 아니라, 집단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만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애인 확진자 치명률은 7.49%로 비장애인보다 6.5배가 높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말이죠.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간담회와 청와대 국민청원의 호소에도 ‘장애인’ 세글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부터 백신 관련 제보가 왔습니다.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 우선접종에서 빠져, 생산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한 직업재활시설에서 3명의 장애인이 확진되며, 종사자 모두 자가 격리에 들어가 월급까지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직업재활시설에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매일 일정시간, 밀접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위험도가 더 높습니다. 다른 발달장애인은 마스크조차 끼기 어렵기도 합니다. 국회에서도 힘을 실어준 결과, 8월부터 발달장애인과 직업재활시설 이용자들에게 우선접종이 추진됐습니다.
 
턱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외출 시 플라스틱 차단막을 착용한다.ⓒ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턱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외출 시 플라스틱 차단막을 착용한다.ⓒ에이블뉴스DB
폭염이 이글대던 7월말, 또다시 백신 접종 관련 제보가 날아왔습니다. 턱으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는 중증장애인 제보자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조차 없어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대신하는데요. 도무지 백신을 맞으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며,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이동 및 활동지원, 방문접종 등의 접근성 해소 부분을 담았는데, 실제 이행되고 있지 않는 겁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 전화했더니 의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결국 이동편의 뿐이었습니다. “찾아오는 복지라고 하는데, 지금 그게 맞나 싶어요.” 이 제보자의 음성이 한동안 아른거렸습니다.
 
병원 이송이 안 된 채 집에 방치된 근육장애인.ⓒ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병원 이송이 안 된 채 집에 방치된 근육장애인.ⓒ에이블뉴스DB
■위드 코로나? 확진자 대책은 여전히 부재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벌써 2년째, 이제 언론에서는 '팬데믹‘을 넘어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장애인은 여전히 없습니다. 코로나 대응 의료체계 안에서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재하기 때문이죠.

지난달 기자는 한국근육장애인협회로부터 긴급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육장애인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려 집안에 방치된 지 3일째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확진된 중증장애인이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한 채 방치된 악몽이 또다시 재현된 것인가 싶어, 일정을 뒤로 하고 통화를 했습니다.

‘콜록 콜록’ 심한 기침 증세로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활동지원사로부터 감염 후, 국립재활원 장애인 전담 병상으로의 이송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일상생활 대부분 도움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가족이 돌아가며 방호복을 입고 그를 도왔지만, 그 방호복조차 강하게 항의해 받아냈다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이후 그는 완치된 활동지원사를 통해 재택치료를 받았지만, 확진자 지원체계 속 사각지대만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대구지역 장애인단체는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확진자들의 현실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알리기도 했습니다.
 
12월 31일 서울 혜화역 4호선 올해 마지막 출근 선전전을 마친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포토로 보기▲ 12월 31일 서울 혜화역 4호선 올해 마지막 출근 선전전을 마친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제 2022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3차 부스터샷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먹는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요?

서울장애인부모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상황에서만 서울시 발달장애인 및 가족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죽임을 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희망적 뉴스가 쏟아지지만 장애계는 여전히 ‘코로나 블랙홀’ 속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 현실입니다.

마스크를 쓴 채, 서울 혜화역 4호선 승강장에서 ‘이동권 보장’ 절박함을 알리며, 오늘(31일)로 20일째 출근 선전전을 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블랙홀’ 보다 무서운 것은 변함없는 장애인들의 현실이기 때문이죠.

에이블뉴스는 내년에도 코로나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장애인들을 만날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해지도록, 그래서 이 척박한 현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꼭 우리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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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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